잡동사니

59살 딸, 죽음앞둔 103살 아버지 모~~

시누대 2006. 1. 24. 20:09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고깃배 한척. 살갗을 살짝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겨울바람. 잔잔한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뭉게구름.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풍요로운 풍경을 가슴에 담고 있다. 이들의 뒷모습에 편안함이 묻어난다. 복잡한 세상살이에 가슴이 답답한 도시인들은 어머니 품 같은 이곳에서 단 며칠만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전라남도 진도 끝자락 언덕위에 외로운 집 한 채▲
 
전라남도 진도 끝자락. 야트막한 언덕위에 황토 집 한 채가 외롭게 앉아 있다. 이 집의 정원은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집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다. 높은 담장대신 대나무로 울타리를 쌓고 크고 작은 나무와 돌로 어우러진 소박한 마당. 소담스럽게 눈 덮인 지붕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인적이 드문 이 외딴집에는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103세의 아버지와 환갑을 목전에 둔 딸이 함께 산다. 곽학암 할아버지와 그의 막내딸 의진씨(59).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의 얼굴에는 어느새 깊은 주름이 패였고 거센 바람을 막아주던 아버지의 어깨는 더 이상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적막강산, 고립무원에 사는 아버지와 딸은 황혼의 동반자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늙은‘ 아버지와 딸▲
 
곽 할아버지에게 막내딸의 존재는 너무나 특별하다. 서당, 사업, 사진작가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그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자식들에게는 엄한 아버지였다. 그러나 유독 막내딸에게만큼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울고 있는 막내딸을 업고 ‘딸아, 딸아, 막내딸아. 곱게 잘 자라거라’하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10년 전. 출판인이자 작가인 의진씨는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 돌연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홀로 고향인 진도행을 택했다. 6년 전. 그의 늙은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해 졌다. 고향에서 죽음을 맞기 위해 오랜 타향살이를 접고 막내딸이 사는 황토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의 아버지는 매일 아침이면 떠오르는 태양과 이야기를 나눴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머리를 숙였다.


▲세상 떠날 날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기에…▲
 
의진씨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건강을 회복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날이 그리 길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별을 예감하기는 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기에 의진씨는 정성스럽게 아버지의 거동을 살피고 사소한 일상을 백색의 종이위에 글로 옮긴다.

의진씨가 오랫동안 다락에 보관해 둔 수의를 꺼내자 그의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 옷을 입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알기에. 서서히 죽음을 준비하는 아버지. 의진씨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맘먹었다.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로 한 것이다. 곽 할어버지는 어머니, 아버지 산소 앞에 엎드려 어쩌면 이승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한다.


▲‘인생은 활활 타다 꺼지고 마는 촛불 같은 것’▲
 
“저도 곧 부모님 곁으로 가겠습니다.”세상과 이별을 앞두고 하나, 둘 삶을 정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의진씨. 지금껏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이승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곽 할아버지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의진씨의 삶은 KBS 인간극장을 통해 1월 23일~27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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