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섬달천의 가을~

시누대 2006. 9. 11. 16:06

 

▲ 달천 마을 조밭

"서숙을 다 사진을 찍내야~"
길 가던 할머니가 툭 한마디 내뱉고 지나간다. '서숙'은 전라도 사투리다. 표준어는 조(粟· Italian millet)다.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인 조는 구황작물로 강아지풀이 그 원형이다. 조는 5곡의 하나로 산간지대에서 많이 재배한다.

▲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달천 초입의 언덕길을 다정하게 올라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달천 초입의 언덕길을 다정하게 올라간다.
"어디 가세요?"
"여기 밭에 약 치러 가요."
함께 일하러 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노을빛 보다 더 아름답다.

섬달천의 다리를 건너면 섬달천 마을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곁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마을 뒷산에 오르면 풍광이 수려하다. 콩밭에는 할머니가 풀을 매고 있다.

"지난 7월에 바람이 겁나게 많이 불었어요. 바람에 바닷물이 날아와 콩밭에 찌크러 갔고 다 못쓰게 돼 부렀어요. 그래도 사람 묵을 것하고 종자라도 나올란가 몰겄소. 깡탱이에서 지러나갔고 이런 게 한두 개씩 있어. 늦게사 녹두하고 팥을 심었는디 저렇게 파릇파릇해 갖고... 땅을 비워 놓으면 쓰겠소잉~."
"아직 파릇파릇한데 올 가을에 수확하겠어요?"
"그거야 날씨에 매였제. 곡식이 안 되면 퇴비로라도 써야제 어쩌겠소?"

▲ 호박이 가을햇볕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 산밭 귀퉁이에는 하얀 부추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산밭의 밭둑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을햇볕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여기저기 많이도 열렸다.
"호박 찍을 라면 여기 보씨요. 이렇게 많아, 꽉 찼어."

'귀뚤귀뚤 귀뚜르~ 귀뚜르~' 산밭에서 귀뚜라미가 합창을 한다. 산밭 귀퉁이에는 하얀 부추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부추는 건위, 정장, 화상에 약재로 사용하며 줄기는 먹는다.

 
▲ 어미 소가 송아지의 등을 긴 혀로 핥고 있다. 송아지는 행복한 표정이다.

     
▲ 어쩐지 같이 다정하게 낚시하는 모습이 노을빛보다 더 붉게 타오른다 했더니... 올 5월에 갓 결혼한 신혼부부란다.
 
어미 소가 산자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송아지는 어미 소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어미의 뒷다리에 얼굴을 비벼댄다. 어미 소가 송아지의 등을 긴 혀로 핥고 있다. 송아지는 행복한 표정이다.

갯바위와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순천에서 낚시를 하러 왔다는 서신철(29)씨 부부를 만났다. 어쩐지 같이 다정하게 낚시하는 모습이 노을빛 보다 더 붉게 타오른다 했더니, 올 5월에 갓 결혼한 신혼부부란다.

▲ 노을이 진다. 섬달천에 노을이 진다.

▲ 하늘과 바다가 온통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노을이 진다. 섬달천에 노을이 진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달천의 가을은 붉은 빛깔로 바다에서 출렁인다. 하늘에서 활활 타오른다. '철썩~ 철썩~' 파도와 갯바위는 함께 가을노래를 부른다.

가는 길 : 여수 시청 - 죽림 삼거리 죽림 모텔 방향 직진 - 현천 마을 - 풍류 삼거리 - 신흥마을(100여m 직진 후 좌회전 한 후 직진) - 달천 마을 - 달천연륙교 섬달천 마을(약 12km) 

 [펌] 전라도 닷컴 조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