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섬달천의 가을~
시누대
2006. 9. 11. 16:06
"서숙을 다 사진을 찍내야~" 길 가던 할머니가 툭 한마디 내뱉고 지나간다. '서숙'은 전라도 사투리다. 표준어는 조(粟· Italian millet)다.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인 조는 구황작물로 강아지풀이 그 원형이다. 조는 5곡의 하나로 산간지대에서 많이 재배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달천 초입의 언덕길을 다정하게 올라간다. "어디 가세요?" "여기 밭에 약 치러 가요." 함께 일하러 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노을빛 보다 더 아름답다. 섬달천의 다리를 건너면 섬달천 마을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곁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마을 뒷산에 오르면 풍광이 수려하다. 콩밭에는 할머니가 풀을 매고 있다. "지난 7월에 바람이 겁나게 많이 불었어요. 바람에 바닷물이 날아와 콩밭에 찌크러 갔고 다 못쓰게 돼 부렀어요.
그래도 사람 묵을 것하고 종자라도 나올란가 몰겄소. 깡탱이에서 지러나갔고 이런 게 한두 개씩 있어. 늦게사 녹두하고 팥을 심었는디 저렇게
파릇파릇해 갖고... 땅을 비워 놓으면 쓰겠소잉~."
산밭의 밭둑에는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을햇볕에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여기저기 많이도 열렸다. "호박 찍을 라면 여기 보씨요. 이렇게 많아, 꽉 찼어." '귀뚤귀뚤 귀뚜르~ 귀뚜르~' 산밭에서 귀뚜라미가 합창을 한다. 산밭 귀퉁이에는 하얀 부추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부추는 건위, 정장, 화상에 약재로 사용하며 줄기는 먹는다.
어미 소가 산자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송아지는 어미 소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 어미의 뒷다리에 얼굴을 비벼댄다. 어미 소가 송아지의 등을 긴 혀로 핥고 있다. 송아지는 행복한 표정이다. 갯바위와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순천에서 낚시를 하러 왔다는 서신철(29)씨 부부를 만났다. 어쩐지 같이 다정하게 낚시하는 모습이 노을빛 보다 더 붉게 타오른다 했더니, 올 5월에 갓 결혼한 신혼부부란다.
노을이 진다. 섬달천에 노을이 진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달천의 가을은 붉은 빛깔로 바다에서 출렁인다. 하늘에서 활활 타오른다. '철썩~ 철썩~' 파도와 갯바위는 함께 가을노래를 부른다. 가는 길 : 여수 시청 - 죽림 삼거리 죽림 모텔 방향 직진 - 현천 마을 - 풍류 삼거리 - 신흥마을(100여m 직진 후 좌회전 한 후
직진) - 달천 마을 - 달천연륙교 섬달천 마을(약 12km) [펌] 전라도 닷컴 조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