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바닷속에 돌무덤을 쳐서 장어를 잡어~

시누대 2006. 8. 31. 12:21

 

▲ 방금 잡은 장어를 참나무숯불에 한번 초벌 굽고 익으면 양념을 발라 한번 더 굽고 다시 양념
을 발라 구워서 내놓는다.


“바닷속에 돌무덤을 만들어. 그 밖으로 그물을 빽빽이 쳐. 그 다음 그 돌을 밖으로 끄집어내. 그러면 장어가 그 그물 안으로 들어가. 강진 장어는 돌무덤으로 잡기 때문에 생채기가 하나도 없어. 오래가고 더 맛있제.”

탐진강의 끝 강진 구강포는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이고 다행히 아직 오염이 덜 돼 자연산 장어가 잡힌다. 특히 장어를 다른 지역에서는 낚시로 잡는데 강진에서는 옛날 방식대로 잡고 있다.

이 자연산 장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강진 ‘목리장어센터’(주인 신차녀·42). 강진읍 목리에 있다. 식당이름에 ‘센터’가 붙어 있으니 규모가 큰 도매상 같은 느낌이지만, 실은 그냥 단독주택이다.
“시어머니 때부터 했으니까 45년 됐지. 95년까지는 목리다리 밑에서 했었어. 그때는 자연산만 있응께 ‘다리밑짱어’라고 하면 다 알아줬어. 그때까지는 시어머니도 함께 했지. 이 집으로 옮긴 지 10년이 좀 넘었구만.” 주인 신차녀(둘째라서 지어준 이름)씨는 스물넷에 시집와 18년 동안 장어요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산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자연산 장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해야 맛볼 수 있다. 물론 값도 쎄다. 1kg에 15만원.
“자연산은 회로도 먹는데 톡 쏘면서 아리한 맛이 나. 구워 먹으면 양식보다는 살이 더 딴딴하고.”
언감생심 자연산은 구경도 못하고 양식으로 주문했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이 집은 양식장어를 가져와 일주일 정도 양식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 독을 빼낸다. 손님상에 오를 채비가 된 장어를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면 바로 잡아서 구워 내온다.
양념장은 장어 머리와 뼈를 폭 삶아서 집에서 담근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다. 기름진 장어가 쉽게 질리지 않도록 하는 비법은 바로 이 양념장에 있다. 방금 잡은 장어를 참나무숯불에 한번 초벌 굽고 익으면 양념을 발라 한번 더 굽고 다시 양념을 발라 구워서 내놓는다. 소금구이용 소금은 집에서 한번 더 볶은 소금을 쓰고 있다.

채소들은 집앞 텃밭에서 나온 것이고, 김치는 3년 묵은지. 밥 먹기 전에 어죽도 나온다. 뼈와 머리를 폭 삶아 걸러서 찹쌀가루로 쑨 죽. 환자들이 특히 찾는다. 전국에 없는, 이 집에만 있는 것 한 가지 더. 장어내장젓갈. 손질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오는 것을 소금에 절여 1년씩 묵힌 것이다. 장어의 느끼한 입맛을 곰삭은 젓갈이 개운하게 해준다.

▲차림: 양념·소금구이 1만2000원, 자연산 1kg 15만원
▲주소: 강진군 강진읍 목리 31-1
▲전화: 061-432-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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