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흰 눈 내리는 날~

시누대 2005. 12. 29. 12:35
    흰 눈 내리는 날/이 해인 수녀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 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 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