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목포 앞바다는 '물 반, 갈치 반'~~

시누대 2005. 9. 6. 14:20
지금 목포 앞바다는 '물 반, 갈치 반'
금호·영암방조제 부근...하룻밤 수십 마리 거뜬히 낚아
  이돈삼(ds2032) 기자   
▲ 갈치낚시의 손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 해남군 화원면 별암리 앞바다. 바다는 칠흙으로 변했지만 불을 밝힌 배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2005 이돈삼
요즘 전남 목포와 영암을 찾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었다. 피서철도 지난 지금 이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은 다름 아닌 갈치낚시를 즐기려는 여행객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갈치낚시의 손맛을 보려는 이들에는 전문적인 낚시꾼도 있지만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또는 직장동료끼리 찾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영산강 하구언 아래 목포 평화광장 부근 바다와 현대삼호중공업 앞, 그리고 금호방조제 앞바다 등이다. 갈치 떼가 지나가는 길목인 이 곳은 해마다 8월부터 11월 중순까지 갈치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갈치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밤바다는 이들로 인해 불야성을 이룬다. 이것은 하나의 축제판이다. 부러 만든 것이 아닌, 인간의 원초적인 수렵의지와 먹이를 찾아 밤이면 근해 수면으로 몰려오는 야행성 물고기인 갈치 떼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만들어낸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지난 주말, 큰 아이 슬비와 작은 아이 예슬이를 동반한 우리 가족도 그 축제판에 끼어들었다. 은빛 갈치를 낚아 올려 눈으로 희열을 느끼고 담백하고 고소한 갈치회 맛을 통해 미각적 욕구도 채우겠다는 의지로….

▲ 영암군 삼호면 현대삼호중공업 남문 앞바다. 갈치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정박 중인 배를 향해 작은 배를 타고 가고 있다.
ⓒ2005 이돈삼
ⓒ2005 이돈삼
현대삼호중공업 앞바다에는 서녘 하늘 노을을 배경으로 바다에 100여 척의 배가 떠 있었다. 임시 선착장에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댔고 모두 시계를 쳐다보며 예약된 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바다 가운데 떠 있는 배로 가 있었다.

우리는 조금 한산한 곳을 찾아 해남군 화원면 별암리 앞바다로 갔다. 이 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현대삼호중공업 앞바다보다는 덜 붐볐다. 바다에는 20∼30척의 배가 떠 있었다.

그 곳에서 약속된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정박하고 있는 큰 배로 이동했다. 바다에 떠 있는 큰 배는 대개 8∼10톤급. 이용료는 성인 1인당 2만원 수준이었다. 정박 중인 배에 옮겨 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낚싯대를 꺼내 바다에 던졌다.

바다는 풍랑이 없었다. 항구 깊숙한 곳의 방조제나 하구둑과 연결돼 있어서 조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란다. 선상에서 낚시를 하더라도 멀미를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에는 또 오징어잡이용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위험하지도 않았다.

▲ 먼저 '손맛'을 본 사람들. 전남 곡성에서 다섯 명이 함께 왔다는 이들도 어림잡아 수십 마리의 갈치를 낚았다.
ⓒ2005 이돈삼
ⓒ2005 이돈삼
그 사이 바다는 칠흑으로 변했다. 그러나 집어등을 밝힌 배들로 인해 불야성이다. 은색 갈치를 보기도 전에 불야성을 이룬 바다는 방문객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금세 옆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갈치를 낚아 올린 것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것은 깨끗한 은색이었다. 캄캄한 밤이기에 더욱 빛났다. 살아 움직이는 지느러미의 자태가 불빛을 받아 아름답기까지 했다. 길이는 대략 50∼60㎝ 정도. 찬바람이 부는 9월 하순쯤엔 그것의 길이가 1m 정도 된다고 하지만 지금도 그런대로 굵은 편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는가 싶더니 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환호성은 오른쪽 옆에서, 왼쪽 옆에서 그리고 뒤편에서 연달았다. 슬비와 예슬이도 덩달아 신이 났다. 슬비는 직접 낚싯대를 드리우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더니 금세 한 마리를 끌어 올렸다. 예슬이도 곧이어 손맛을 봤다. 그러고는 서로 '자기가 잡은 갈치가 더 크다'며 입씨름이다.

▲ 예슬이가 낚싯줄을 감아 잡아올린 갈치.
ⓒ2005 이돈삼
ⓒ2005 이돈삼
어느새 잡은 갈치를 담기 위해 가지고 온 아이스박스의 바닥이 보이지 않더니 두 겹, 세 겹으로 쌓였다. 낚시꾼들의 환호성도 점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은빛 갈치를 보는 것이 예삿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환호성을 듣고 신기해 하면서 이리저리 눈을 돌리던 아이들의 관심도 누그러들었다. 마치 '또 한 마리가 잡혀왔네' 하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의 관심과는 상관 없이 밤의 색깔이 더 짙어가면서 갈치의 입질은 더욱 바빠졌다. 갈치는 원래 밤에 수면 가까이 떠올라 먹이활동을 하는 야행성이란다. 그래서 갈치낚시도 주로 밤에 하고 밤이 깊을수록 입질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공격적 성향이 강하면서도 수온 변화에도 민감한 어종이라는 게 바닷고기의 생리를 잘 아는 이명선(49·대전시 유성구)씨의 얘기였다.

우리 일행이 5시간여 동안 낚싯대 다섯 개를 드리우고 잡은 갈치가 대략 40∼50마리였다. 사정은 같은 배를 탔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갈치가 있기에 그렇게 많은 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낚싯대에 갈치들이 심심치 않게 걸려나오니….

바다에 '물 반, 갈치 반'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낚시하는 사람 즐겁고 보는 사람도 덩달아 흥겨운 자연발생적인 갈치낚시 축제판. 아이들한테도 좋은 놀이공간으로 흠잡을 데 없었다.

▲ 낚싯배를 탄 지 3시간 정도 지났을까. 슬비의 관심은 아직도 갈치에 남아있지만 예슬이의 관심은 많이 식었다. 예슬이는 옆에서 포도를 먹고 있다.
ⓒ2005 이돈삼

▲ 몇 시간 만에 잡은 갈치. 처음 아이스박스에 들어갔을 땐 공격을 하려고 입을 벌리더니 금세 숨을 접었다.
ⓒ2005 이돈삼
영암군 삼호읍과 해남군 산이면을 연결하는 호수인 영암방조제 인근 바다는 지난 1993년 방조제가 완공되고 몇 년 뒤부터 이곳에 갈치가 무리를 이뤄 나타난다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전국 최고의 갈치낚시터로 소문났다.

영암군은 오는 9월 3일 오후 이곳 현대삼호중공업 남문 앞바다에서 제1회 영암군수배 전국갈치낚시대회를 연다. 대회는 8월 말까지 접수한 선착순 3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는 큰 갈치 2마리의 평균으로 정한다고. 목포시도 10월 1일 시민의 날 행사 때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갈치낚시대회를 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